11. 베데스다 삼팔이, 그 날의 일기
<The Diary of 베데스다 삼팔이>
나는 오늘 예수를 만났다.
그가 예수인지 확인한 건 아니지만, 그 분인 것을 나는 그냥 알 수 있었다.
그를 만나고 나의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는 나의 겉을 치유한 게 아니라 나의 내면을 바꾸었다.
나는 베데스다의 그 자리에서 38년을 기다렸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저 연못 물에 나를 넣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기다린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를 도와주겠다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 안식일에 예수를 만났다.
그가 한 말은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였다.
가능할까? 나는 지금까지 계속 누워만 있었는데.....
그렇지만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움직여 보려고 했다. 그러자 다리에 힘이 오르면서 일어설 수 있었고, 혼자 힘으로 걸을 수가 있었다.
나는 내가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만 있던 사람이었다.
나를 이 자리에서 저 자리로 옮겨줄 사람을.....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방법이 뭐라도 있을 거라는 희망은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이제 그런 단어는 내 머리 속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때까지 다른 사람을 향한 원망의 화살만 날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옮겨주지 않아서.....',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아서.....'라고 그들 탓을 하면서
나를 도와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저주들만 내 안에 계속 쌓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38년의 시간 동안.....나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 만난 예수는 나를 베데스다 연못 물 속에 넣어준 것이 아니었다.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고 했지.....
그 분의 방법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내가 자리를 들고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럴 때 그 자리를 떠날 수 있다는 것!
그런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방법은 아예 시도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환경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되어져서 그 상황들에 길들여진 결과인 것 같다.
나의 사고방식에 익숙해졌고, 솔직히 말하면 한편으로 그렇게 있는게 편할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예수가 나에게 '일어나라'고 했을 때,
나는 그를 신뢰했고, 나의 의지는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일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내 몸에 어떤 에너지가 돌면서 나는 일어날 수 있었고 걸음을 떼기 시작하는 것이 되어졌던...
그 찰나의 순간을, 나는 지금 이 시간에도 생생함으로 계속해서 느끼고 있다.
그 기억이,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여전히 남아있다고 밖에 달리 표현을 못하겠다.
그 길을 가겠다는 선택을 한 순간! 내 마음의 움직임이 어땠는지 기억난다.
그 동안 내가 깔고 누워있었던 그 자리들을 걷어내고 둘둘 말아서 손에 쥐고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베데스다에 나의 집이었던 그 자리를 훌훌 털고 떠나기로 내 의지는 결정하였다.
그 때 나의 용기와 결단! 내가 다시 움직이고 걸을 수 있게 된 건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오늘 예수를 만나고 드디어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베데스다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삼팔이는 이제 더 이상 그 곳에서 만날 수가 없다.
내 인생에서 내가 예수님을 처음 만난 이 날을.....
그 분의 말씀에 내 의지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나는 잊지않고 잘 기억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