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적응'과 '적응력'은 다른 것일까?
1.
우리가 양말을 신을 때
발목부분 밴드의 조임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
이 상태를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반응이 있다.
먼저, <무조건 견뎌...> 님은,
불편함을 견디며
그냥 참아내기로 한다.
양말을 안 신을 수는 없고,
다른 방법은 모르기 때문에
그냥 버티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조임에 점점 둔해지겠지....' 하면서
자신을 거기에 길들인다.
발목을 죄는 그 가려움과 답답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올 때까지
견디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두번째, <방법을 찾아보자...> 님은,
처음에는 그냥 목이 조이는 채로
양말을 신고 다닌다.
며칠 지나자
내가 이 양말을 계속 신어야 한다면...
이왕 좀 더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저런 궁리 끝에
발목의 밴드 부분을 한 번 접어보았다.
그랬더니
살에 닿는 밴드의 조임이
한결 덜 느껴진다.
조금 헐거워지는 상태로 만들어 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두 사람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자기를 그 환경에 밀어넣고
무조건 참고 견뎌야 된다...'라고 하는 쪽과
그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방법들을 스스로 찾아내서
자기에게 좀 더 편안함을 만들어 주는 것을
선택하는 차이일 것이다.
이것은 결국,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이기도 하다.
2.
적응은
시간이 지나면 거기에 길들여짐으로써
서서히 익숙해 지는 것이라면
적응력은
'적응'이라는 단어에 '+력' 이라는 글자가 붙는 것처럼,
'적응'하는데 어떤 종류의 '힘'이라는 것이 들어가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적응력은,
적응하는데 우리의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을 사용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여기에는 내가 애를 쓰고,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서 쌓게 되는 나의 적응력은
적응하기 위해 분투한
나의 노력들이 만들어 낸 집합체들이 되어 간다.
3.
사람은 좌절을 통해서
자기 안에 있는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새로운 문제들에 부딪혔을 때,
뇌는 또 다른 부분의 시냅스(Synapse)를 자극하고
그 부분을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응력은
그 불편함이나 좌절을 경험하면서
얻게 되는 부산물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만난 인생의 문제들에서
우리의 창의적 사고가 덧붙여진
결과물로 얻어지는 전리품인 셈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가면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떤 시도들 없이 그냥 기다리기 보다는
그 안에서 방법을 찾고,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얻어 가는
나만의 성취로 바꾸어 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막히는 곳에서
또 다른 문을 찾는 시도가
우리에게 있다면...
적응력은 닫힌 문을 보면서,
그 안에 갇힌 채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나의 의지이다.
그래서 그 곳을 나오기 위해 문을 만들어 보려는 나의 시도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