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House/VOL. 1

52. Doing의 자리에서 Being의 자리로 3

서현재 2024. 8. 28. 12:36

1.

우리가 만나고 있으면서도 만나고 있지 않은 것은 

그 자리에 함께 있지만 나는 그 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상대를  마음 바깥에 둘 때

그 사람과 나는 분리되어 있고

우리는 정서적 연결이 끊어진 채로

서로에게 오고 가는 마음도 멈추어 있다. 

 

외적인 자리에서는 우리가 같이 있어도 

내적인 자리에서는 함께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2.

내가 그 사람과 함께 있다고는 하지만

그 사람에게 주는 정서적 부재의 순간들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냥 같이 있으면 우리가 함께 있는 것인 줄,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있지도 않았으면서, 같이 있는 거라고 우기는

억지소리를 하는 때가 많았다는 것도 알겠다.

 

'심리적 부재'라는 것이, 마음에서 같이 있지 않다고 느끼는 건데

저 사람 마음 안에, 내가 지금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못 느낄까?

저 사람이 나를, 지금 그 마음 밖에 두고 나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못 알아차릴까?

저 사람과 나는 분리되어 있고, 정서적으로 교류가 없는데...

우리는 그런 사람과 계속 같이 있고 싶어할까? 

 

 

3.

그래서 예수님은 오래 전에 그 방법을 알려주었다. 

"서로 사랑하라" (요 15:12)

 

사랑하는 것이 뭘까?

서로 그 안에 거하는 것이다. 

 

하나님과 예수님이 그렇게 하듯

내가 그 안에 거하고

그가 내 안에 거하는 것 (요 14:20)

 

그를 위해 내 마음의 한 자리를 내어주는 것

그가 혼자 있다고 느끼는 정서적 고아로 만들지 않는 것

마음에서의 함께 있음이다. 

 

항상 함께 있어야 하고,

뭔가를 계속해서 같이 해야만 하고,

잠시라도 그 자리를 떠나서 그 사람을 혼자 두면 안되고,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에서 상대를

문 밖에 두지 않고

문 안으로 들이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4. 

우리가 그 사람을 문 밖에 두고

계속해서 외부에 있는 대상으로 둔다면

서로 머물고 있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는 서로에게 가서 닿거나 연결될 수가 없다.

 

그 사람을 문 안으로 들어오게 할 때 

우리는 서로 같은 자리에 있게 되고

우리가 함께 있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외부에 있는 대상을 내적 대상의 자리로 옮겨오는 것이다.

그 순간에 그 존재는 우리 마음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나와 함께 있는 존재, 내 안에 거하는 대상으로 바뀐다. 

 

우리가 같은 집에 거하게 될 때

혼자 있지만

더 이상 혼자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5.

누군가와 함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그들에게 정서적 부재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방식의 Doing을 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함께 머무는 Being의 자리로 옮겨가게 되기를...